'인마겟돈' 경고...과도한 '인' 사용은 식량위기·기후위기 재촉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3 15: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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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없는 지구에는 생명체가 없다"
석유파동처럼 인산염 파동 발생우려
▲헝가리의 호수에 인 유입으로 조류가 발생해 탁해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료의 원료인 '인'이 과하게 사용되면서 식량위기와 기후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은 인의 오용이 비료를 고갈시키고 세계 식량생산까지 저해하는 일명 '인마겟돈(phosphogeddon)'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1669년 독일 과학자 헤니그 브란트(Hennig Brandt)가 발견한 인은 생명체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인산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며 인산당은 DNA와 RNA의 골격이 된다. 페니 존스(Penny Johnes) 브리스톨대학 교수에 따르자면 인이 없는 지구에는 생명체가 없다.

무엇보다 인은 농작물 성장을 촉진해 비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매년 전세계 약 5000만톤의 인산염 비료가 팔리고 있으며, 이는 지구 80억 인구를 먹여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의 매장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모로코와 사하라 서부가 최대의 인이 매장돼 있다. 중국이 두번째, 알제리가 세번째로 큰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비축량은 이전 수준의 1%로 떨어졌고 영국은 항상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존스 교수는 "안 그래도 적은 인광석 매장량이 비료 생산을 위한 추출로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비료의 원료인 인 공급이 줄면 많은 국가가 식량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런 부담은 수년 안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소수의 카르텔이 세계 공급을 장악하고 서방세계를 물가상승에 매우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처럼 '인산염 파동'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산염 비료는 환경에도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다. 비료가 하수에 섞여 들어가 강과 호수 및 바다로 유입되면 대규모 녹조를 일으키고 수생 생물들을 폐사시켜 어류 자원을 위협한다. 육지 식물과 마찬가지로 인산염이 수생식물의 성장을 과도하게 촉진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녹조에 잠식된 대부분의 수역은 생물이 거의 살지 못하는 데드존이 된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 북아메리카의 이리 호수를 포함한 세계 최대 담수지역들이 인산 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이리 호수의 오염은 지역 식수 오염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조류가 증식하면 메탄 배출이 늘어 기후위기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브라이언 스피어스(Bryan Spears) 영국 생태수문학센터 교수에 따르면 인산염 오염과 더불어 기후변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녹조 성장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 조류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4배 강력한 메탄을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녹조가 증가할수록 대기 중에 방출될 메탄도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인산염 오염이 기후위기와 맞물려 메탄 배출량을 늘리고 이것이 다시금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존스 교수는 "석탄, 석유, 가스를 채굴해 태운 이산화탄소 수십억 톤을 대기 중으로 배출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듯, 인을 채굴해 만든 비료를 강과 바다로 흘려보내 녹조를 유발하고 있다"며 "두 경우 모두 지구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필 헤이가스(Phil Haygarth) 영국 랭커스터대학 교수는 "보다 현명하게 인을 사용하지 않으면 '인마겟돈'이라 불리는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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