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과 배달음식이 '혈중 PFAS 농도' 높인다...이유는?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0 12:37:25
  • -
  • +
  • 인쇄
가공육과 버터, 감자칩 심지어 생수까지
식품포장지 등 가공과정에서 PFAS오염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먹는 것보다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더 자주 먹으면 혈액에서 '과불화 화합물'(PFAS:Per-and Polyfluoralkyl materials) 수치'가 영구적으로 증가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차와 돼지고기, 사탕, 가공육, 버터, 감자칩, 생수 등이 혈중 PFAS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중 PFAS 농도가 더 높게 나왔다. 

'과불화 화합물'이라고 불리는 PFAS는 열과 기름, 얼룩 및 물에 강한 제품을 만들 때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자연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이 때문에 PFAS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암, 신장질환, 간질환, 기형아 출산, 면역력 저하같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매년 식품에 대한 PFAS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오염된 식품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FDA의 PFAS 검사 방법론에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연구진은 "식품이 실제보다 덜 오염된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검사방법론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식품이 PFAS에 오염된 주된 이유로 오염된 물과 기름기가 많은 식품 포장지 그리고 살충제 또는 PFAS에 오염된 하수를 비료로 뿌리는 농장 등으로 꼽았다. 이런 것들로부터 PFAS가 음식에 섞여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총 7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호트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4년동안 대상자들의 식이 섭취량과 PFAS 수치를 확인했다. 그 결과, 집에서 만든 부리또와 감자튀김, 피자 등을 먹은 그룹에서는 혈중 PFAS 농도가 낮게 나왔고, 동일한 요리를 식당에서 먹거나 테이크아웃한 그룹에서는 혈중 PFAS 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구의 수석저자인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헤일리 햄슨(Hailey Hampson) 연구원은 "집에서 조리했을 때 PFAS 농도가 낮았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롭다"며 "이는 식품 포장이 PFAS 오염의 주원인이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버터가 PFAS 수치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견과류 섭취는 혈중 PFAS 물질 수치를 낮추지만, 땅콩버터 등을 섭취하면 되레 혈중 PFAS 농도가 증가했다. 햄슨 연구원은 "버터는 기름방지 종이로 포장되지만 오염은 젖소나 가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들은 "생수 소비량 증가와 관련된 혈중 PFAS 수치가 높다는 것은 포장이나 수원이 오염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차와 높은 PFAS 수치 사이의 연관성이 화학물질로 처리된 티백 때문일 수 있지만 이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공육 역시 혈중 PFAS 농도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햄슨 연구원은 "가공 공정은 화학물질의 수많은 진입 지점을 열어준다"며 "그런데 가공되지 않은 돼지고기 부위에서도 강한 PFAS 오염 연관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돼지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설탕과 과일음료, 탄산음료 등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혈중 PFAS 수치가 낮게 나왔다. 연구진은 "이를 보고 놀랐다"며 "젊은 성인들은 수돗물이나 생수보다 탄산음료와 과일음료를 주로 마시는데, 대기업에서 만드는 이 음료들은 수돗물이나 생수보다 더 고도의 오염 제거 과정을 거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 PFAS 오염이 낮고 건강한 음식이 PFAS 수치를 높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부연했다.

연구의 수석저자인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헤일리 햄슨(Hailey Hampson) 연구원은 "이번 연구의 핵심은 특정음식을 악마화하거나 '세상에, 이 음식은 정말 건강에 해롭다'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요점은 많은 식품에 대해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식품에는 PFAS 수치가 더 높을 수 있으므로 더 표적화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제시 굿리치(Jesse Goodrich)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원은 "건강에 좋은 식품에서 의도치 않게 화학물질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특정식품에 대한 공중보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기후/환경

+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경기도 공공소각장 4곳 내년 착공...2030년까지 21곳 확충

경기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내년에 공공소각시설 4곳을 착공한다.22일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

올해 한반도 열대야 12.1일...2050년에 2배 증가한다

205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 열대야 일수는 지금보다 2배 늘어나고, 2100년에 이르면 7배까지 급증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1년에 85일을 폭염에 시달린다는

기후변화가 바꾸는 식탁...CO2 늘수록 열량은 늘고 영양은 줄어

기후변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일부 작물의 열량은 증가하는 반면, 필수 영양소 함량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20일(현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