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좌석도 '친환경 바람'...재활용 좌석·선인장 가죽도 등장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6 16:50:41
  • -
  • +
  • 인쇄

기존 항공기 좌석은 플라스틱 섬유·동물 가죽 소재로 만들어져 환경오염에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항공업계에 이를 대체하는 재활용 자원이나 식물성 소재 등으로 만든 항공용 좌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 항공기 좌석 제조업체인 레카로 에어크래프트 시팅(Recaro Aircraft Seating GmbH)은 지난 20~2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오래된 매트리스를 재활용한 폼과 폐 코르크 화합물이 함유된 팔걸이가 달린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선보였다. 이 좌석의 뒷면에는 버려진 어망으로 만든 주머니가 달려있다. 마크 힐러(Mark Hiller) 레카로 CEO는 "올해 이 좌석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일부 부품에 대해 항공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2025년에 이 좌석에 사람이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고 있어, 현재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연료를 비롯해 항공기 소재에 이르기까지 탄소저감·친환경 소재 도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 이번에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에서는 항공업계의 지속가능성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소재로 만든 비행기 좌석은 항공사의 친환경 정책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만 재활용 소재 좌석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아직 남아있다. 복잡한 항공 안전 규정을 만족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재활용 섬유로 만든 좌석은 기존 좌석보다 무겁지 않아야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그 이유는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항공기 연료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항공기 연료소모가 더 늘어나면 재활용 소재의 좌석을 도입한 의미가 퇴색된다. 힐러 CEO는 "좌석 부품의 무게는 기존 부품보다 더 가볍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좌석도 에어쇼에서 눈길을 끌었다. 선인장 가죽은 선인장에서 추출한 섬유성분을 가죽처럼 가공한 것이다. 선인장 가죽은 기존 동물가죽과 유사한 질감을 가지면서도 동물가죽보다 가볍고 질겨 항공기용 좌석을 만들기에 안성맟춤이라는 것이다.

재활용 좌석이 각광받고 있자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에어인디아도 재활용 좌석 제조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두 항공사와 협업해 만드는 좌석의 80%는 재사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폐항공기에서 배출된 좌석도 온전히 재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항공유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항공유가 탄소배출의 주범인데, 상대적으로 가시적이고 개선하기 쉬운 좌석만 바꾸는 것은 그린워싱이라는 것이다. 실제 폐유나 농업 원료로 만든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의 공급량은 탄소중립을 위한 요구량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배출' 투자기준으로 부상...'탄소 스마트투자' 시장 커진다

탄소배출 리스크를 투자판단의 핵심변수로 반영하는 '탄소 스마트투자'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글로벌

현대차 기술인력 대거 승진·발탁...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의 제품경쟁력을 책임질 수장으로 정준철 부사장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각각 제조부문장과 R&D본부장 사장으로 승진됐다.현대자동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기후/환경

+

"재생에너지 가짜뉴스 검증"…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 출범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RE:FACT)가 출범했다.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미디어허브는 18일 서울 종로

기상예보 어쩌려고?...美 백악관 "대기연구센터 해체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다.17일(현지시간)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자신의 X(

기상청 "내년 9월부터 재생에너지 맞춤형 '햇빛·바람' 정보 제공"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위해 기상청이 내년 9월부터 일사량과 풍속 예측정보까지 제공한다. 기상청은 '과학 기반의 기후위기 대응, 국민 안전을 지

'전력배출계수' 1년마다 공표된다...2023년도 '0.4173톤' 확정

2023년 전력배출계수는 1메가와트시(MWh)당 0.4173톤(tCO2eq)으로 공표됐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부터 '전력배출계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150개국 참여한 '국제메탄서약'...메탄규제 국가 달랑 3곳

지난 2022년 전세계 150개국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는 '국제메탄서약'을 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18일 본지

트럼프의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 美감사국이 감사 착수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한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이 적법했는지 감사를 받는다.미국 에너지부 감사국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한 약 80억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