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광산 댐, 농축산 단지, 하수처리장 등 중·저위험 개발사업은 실질적인 환경심사없이 가능해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가 중·저위험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허가 절차를 대폭 축소하고 단순화한 '환경허가 완화법(devastation bill)'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자가신고 체계를 확대하고, 원주민의 협의요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안 제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브라질은 보수·농업 로비 세력이 다수 차지한 의회에서 재의결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전체 개발 사업의 약 80%가 이 법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광물을 채굴한 뒤 남은 유해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등 폐기물을 저장하는 광산 댐과 중형 수력발전소, 대규모 농축산 단지, 하수처리장과 배수시설 등 상하수도 인프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현장검토없이 온라인 자가신고만으로 자동허가된다.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는 '예비허가', 설계도와 시공계획을 통해 공사 시작 전 허가를 받는 '설치허가', 시설 완공 후 운영 전 최종 승인이 이뤄지는 '운영허가'단계가 모두 축소된다. 자가신고 형식으로 일부 허가는 생략하고 통합된 것이다. 전력, 교통, 통신 등 국가 기반사업의 경우 한번의 행정 심사로 최대 12개월 내 처리된다.
원주민 및 퀼롬볼라(아프리카계 후손 공동체)가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협의과정이 제한된다. 이제 공식 인정된 토지에 대해서만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은 전체 원주민 거주의 약 30% 이상, 그리고 퀼롬볼라 공동체 지역의 80% 이상이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년째 행정 절차 지연으로 법적 지위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전통 공동체들의 권리가 배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규제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질 시민단체 사회환경연구소(ISA)는 이 법안으로 인해 원주민과 퀼롬볼라의 토지를 포함한 3000곳 이상의 보호구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1800만헥타르(ha)의 산림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는 11월 브라질 아마존 도시인 벨렘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환경단체는 위헌을 주장하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법은 브라질 연방헌법 제225조가 보장하는 생태적으로 균형 잡힌 환경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퇴행금지 원칙과 중위험 개발사업에 대한 자가신고 허가(LAC)의 위헌성을 인정한 연방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브라질 기후변화대응연합 기후관측소(Climate Observatory) 술리 아라우조 코디네이터는 "이 법안의 파괴성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다"며 "대규모 산림 벌채를 초래하고 기후재난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로 아마존은 2016년 이후로 가장 많은 원시림을 잃었다. 브라질은 전세계 열대우림의 가장 많은 면적을 보유한 국가로 지난해에만 280만ha의 숲을 잃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산림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인위적인 개발까지 허용되면서, 기후재난과 생태계 파괴는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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