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영양소 감소하는 채소들...'생물강화'로 해결될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9 15:25:41
  • -
  • +
  • 인쇄

잦은 비와 폭염 등의 기후변화로 채소의 영양소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식물에 인위적으로 영양소를 채우는 '생물강화'(biofortification)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특정 영양소를 주입해서 작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생물강화'는 재배된 식물에 영양분을 추가하는 영양강화와 달리 씨앗에 직접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술로, 1920년대 미국에서 갑상선종 등 미네랄결핍 증상을 줄이고자 식염에 요오드를 첨가하면서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농업연구협의회(CGIAR) 등 국제기구들은 식량안보를 위한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강화작물 개발을 지정했다.

생물강화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하나는 영양 함량을 높이기 위해 작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은 식물에 영양이 풍부한 비료나 토양 개량제를 사용해 특정 미네랄을 농축하는 것이다. 식물을 선택적으로 육종해 새로운 품종을 생산하는 방법도 생물강화의 하나다.

지난 2004년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43가지 채소의 영양소가 20세기 중후반 사이에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콩의 칼슘 함량은 65mg에서 37mg으로 떨어졌고 아스파라거스의 비타민A 수치는 거의 절반으로 급락했으며 브로콜리는 철분이 감소했다.

2018년 진행된 연구에서는 대기의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높을수록 쌀의 단백질, 철 및 아연 등 영양 함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텍 유니얄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과도한 강우와 추위, 물리적 손상이 증가하면서 작물의 철과 아연이 30~40%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IFPRI 산하기관 하베스트플러스(HarvestPlus)는 주식 작물을 대상으로 비타민A, 철분, 아연을 더 많이 함유하도록 생물강화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3가지 영양소는 WHO가 지정한 식단에서 가장 부족한 미량 영양소다. 하베스트플러스는 이미 400가지 생물강화 작물을 출시했으며, 이 가운데 특허를 받은 것은 없다. 이들은 2030년까지 10억명이 생물강화 식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생물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벤저민 코헨 미국 라파예트대학의 환경학 교수는 "생물강화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반창고'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코헨 교수는 "투자자들이 보다 지속적인 소규모 농업 대신 생물강화에 지원할까 우려된다"며 "생물강화는 대규모 자본집약적 농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며, 오히려 집약적 농업을 더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손실되는 영양소의 규모가 생물강화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크다는 우려도 있다. 2004년 연구를 이끌었던 도널드 데이비스 텍사스대학 교수는 "영양소가 감소한다고 하면 동시에 많은 영양소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데, 생물강화는 식물당 고작 한두 가지 영양소에 초점을 맞춘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현재 생물강화 종자는 아직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없다. 하베스트플러스에서 생물강화 종자 비용을 기존 종자보다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부 보조금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정부 파트너십 모델은 산업적 규모에서보다는 영양실조가 흔하고 소규모 자작농이 활동하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코헨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유전자 변형 작물 등에 대한 규제 등 산업화 국가의 개입에 대한 저항력이 낮다는 점을 우려했다. 단순히 단일 작물 재배의 의존도를 낮추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기술적 개입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특정 비타민이 부족하면 그것이 풍부한 다른 작물들을 심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농업자선단체 '그로우퍼더'(Grow Fourth)의 피터 켈리 CEO는 현재의 산업농업시스템도 생물강화보다는 화학적 강화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영양소 개선은 대부분 화학적 강화로 해결되기 때문에 생물강화는 현 식품 시스템에서 필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켈리 CEO는 생물강화를 가뭄에 강한 종자를 개발하는 등 지역재배조건에 맞춰 투자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속도가 성패 좌우"...내년 기후에너지 시장 '관전포인트'

글로벌 기후리더쉽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기후정책에 성공하려면 속도감있게 재생에너지로 전력시장이 재편되는 것과 동시에 산업전환을

"5만원 보상? 5000원짜리 마케팅"...쿠팡 보상안에 '부글부글'

쿠팡의 보상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5만원을 보상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사실상 5000원짜리 상품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팡한 사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3년 더'...최종후보로 '낙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현 회장이 차기회장 최종후보로 추천됨에 따라, 앞으로 3년 더 우리금융을 이끌게 됐다.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

쿠팡, 자체 포렌식 사실 경찰에 함구..."허위조작 자료제출시 엄중처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이 피의자의 노트북PC를 경찰에 제출하며 자체 포렌식을 한 사실을 함구한 것으로 밝혀졌다.박정보 서울경찰청

폐유니폼 키링과 파우치로 재탄생...대한항공, 업사이클 제품 기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내 테이블보와 객실승무원 폐유니폼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안전인형 키링 및 파우치' 350개를 29일 서울 강서구 소재

'빗썸' 브랜드 알리기 본격화...'SBS 가요대전' 타이틀 스폰서로 첫 참여

빗썸이 지상파 방송사가 진행하는 연말 가요제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사면서 호평을 받았다.빗썸은 지난 25일 열린 '2025 SBS 가

기후/환경

+

"속도가 성패 좌우"...내년 기후에너지 시장 '관전포인트'

글로벌 기후리더쉽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기후정책에 성공하려면 속도감있게 재생에너지로 전력시장이 재편되는 것과 동시에 산업전환을

수도권 직매립 금지 D-3...정부 '쓰레기 대란' 우려에 막판 점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로 인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막판까지 점검에 나섰다.29일 기후에너지

기후위기로 생활비 압박..."대응 미룰수록 지출 더 늘어날 것"

미국 사회 전반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전기요금·식료품·보험료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26일(현지시간)

비온뒤 살얼음판 도로...상주에서 차량 15대 '쾅쾅쾅'

경북 상주 국도에서 차량 15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가 내린 이후 밤새 기온이 내려가면서 도로에 블랙아이스(살얼음)이 생기면서 이같은 사

올해 세계 기후재해 손실액 172조원..."이제는 경제이슈"

2025년 전세계에서 발생한 기후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200억달러(약172조원)가 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후위기가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 전반의

재생에너지 확장에도...올해 화석연료 탄소배출 또 '사상최고'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전세계 화석연료 기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최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26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