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 '일사' 강타한 서호주섬 '바닷새 90% 감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6-07 18:38:54
  • -
  • +
  • 인쇄
▲갈색얼가니새 (사진=언스플래시)

지구온난화로 열대 저기압이 증가하면 바닷새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호주 자연사박물관 연구원 제니퍼 레이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3년 4월 5등급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일사(Cyclone Ilsa)가 서호주 베다웃섬(Bedout Island)을 강타하면서 섬에 서식하던 바다새 개체군의 80~90%가 붕괴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폭풍 후 수개월간 항공 및 지상조사로 갈색얼가니새, 군함새조, 섬 고유종인 푸른얼굴얼가니새의 폐사율을 조사한 결과 17헥타르 규모의 베다웃섬에서 최소 2만마리의 새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자연사박물관의 조류 담당 수석 큐레이터인 알렉스 본드 박사는 "사이클론이 닥친 4월은 많은 바닷새가 둥지를 틀기 가장 좋은 시기였다"며 "전례가 없는 폐사율"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섬의 거의 모든 갈색얼가니새와 푸른얼굴얼가니새가 사이클론 일사에 의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이클론의 규칙성과 강도가 증가하고 극심한 바람, 폭우, 거대한 파도가 번식 주기를 방해하면서 바닷새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닷새는 열대 산호초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새들이 사라지면 생태계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레이버스 박사는 "2만마리 이상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며 "3개월에 걸쳐 섬을 조사한 결과 (망가진 섬 생태계의) 회복도 더디고 이마저도 사이클론이 또 들이닥치면 도로 초토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열대성 저기압이 바닷새를 포함한 야생동물 개체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일반적이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같은 일의 빈도 및 강도가 증가해 개체수의 회복능력까지 저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사는 서호주와 베다웃섬에 상륙하기 직전 최소 시속 217km의 바람을 기록했다.

본드 박사는 "이 새들은 사이클론이 있는 지역에서 진화했다"며 "문제는 기후붕괴로 강력해지는 폭풍의 강도와 더뎌지는 회복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뮤니케이션 어스&인바이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그룹, ESG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룹 내 계열사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체계적으로 통합관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기후/환경

+

폭염 오래 노출될수록 노화 속도 빨라진다

폭염에 자주 노출되면 노화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25일(현지시간) 홍콩대 건축학부 도시계획디자인학과 궈추이(郭萃) 조교수와 연구진은

강릉은 4개월째 가뭄인데 서남부는 걸핏하면 '폭우'…날씨 왜 이럴까?

한반도 서해안은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나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쪽에는 수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마실 물도 부족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서쪽은

157km 강풍에 다 날아갔다...베트남과 中하이난성 '쑥대밭'

최대 풍속 157km에 달하는 '괴물' 태풍 '가지키(Kajiki)'가 베트남과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섬을 초토화시켰다.지난 22일 발생해 하룻만인 23일 제13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