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벌벌 떨게 한 '백포 서일'...청산리전투 승리로 이끌다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8-07 12: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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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야기] 임시정부 군무총장
무장 독립단체 조직 후 일본군 대격파
백포(白圃) 서일(徐一)은 한국독립운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지도자다.

1920년 10월 21일 오전 9시, 청산리 백운평 계곡은 총탄이 빗발쳤다. 피로서 피를 청산하자는 의지를 다지며 대한군정서(북로군정서) 교성대(敎成隊)의 분노가 쏟아진 것이다. 이것이 청산리독립전쟁의 서막이다. 이 전투에서 독립군은 일본군 200여명을 살상했다. 반면 독립군은 1명의 사상자가 전부였다.

▲백포 서일
이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사람이 바로 서일 장군이었다. 그는 만주 최초의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중광단(重光團)을 조직한 이후, 북로군정서와 대한독립군단의 총책임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다. 대종교의 종사였던 그는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독립운동가이자, 지대한 지도력과 혁혁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서일 장군은 1881년 2월 26일 함경북도 경원군 안농면 금희동에서 서재운(徐在云)의 독자로 태어났다. 1890년 10세 때부터 고향인 함경도 경원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이후 서일은 다시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함경북도 경성군 소재 함일실업학교의 전신인 사숙(私塾)에 입학해 1902년 졸업했다.

서일 장군은 고향에서 10년간 계몽운동과 교육을 통한 구국활동을 했다. 그는 1911년 나라를 건질 일념으로 두만강을 건너 왕청현(汪淸縣) 덕원리에 자리잡았다. 그곳에서 그는 청일학교와 명동중학교를 설립하고 청년들에게 민족정신을 교육시키다가, 1911년 3월 두만강을 넘어오는 의병의 잔류 병력을 규합해 독립단체 중광단(重匡團)을 조직했다. 당시 대종교인인 현천묵(玄天默), 계화(桂和), 백순(白純) 등이 여기 합류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서일의 '군정부'라는 명칭은 또하나의 정부가 있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하여 '대한군정서(북로군정서)'로 이름을 바꾸고 임시정부 산하로 들어갔다. 실질적인 군무총장이었다. 북로군정서는 서간도의 '서로군정서'와 짝을 이뤄 간도독립군의 주축이 됐다. 북로군정서의 총재는 백포 서일로, 부총재 백취 현천묵과 백야 김좌진 사령관은 그의 휘하에 있었다.

이들이 이끄는 청산리전투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920년 9월 9일 대종교가 설립한 무장단체 사관연성소가 298명의 사관을 첫 배출한데다, 북간도와 국내, 러시아에서 모집된 장정까지 합치면 전투병력이 약 1600여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설립한지 불과 1년만에 엄청난 규모의 무장 독립운동단체로 발전한 것이다. 

그 즈음, 일제는 만주지역 무장 독립운동이 활발해지자 1920년 9월 12일과 10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마적단이 훈춘(琿春) 시가를 습격하는 훈춘 사건을 조작하고 이를 빌미로 대규모 정규군을 간도로 출병시켰다. 일본군이 간도로 들어오기 전부터 독립군들은 근거지를 떠나 겨울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북로군정서는 주력 부대를 백두산록의 이도구(二道構)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대종교인 여천 홍범도가 이끄는 부대도 이 지역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들은 1920년 10월 21일 청산리 백운평 부근에서 아즈마(東) 소좌가 이끄는 일본군 부대를 만나 싸웠다. 독립군 부대들은 이날부터 10월 26일까지 일본군의 추격을 피해 청산리 일대를 이동하면서 싸웠다. 이 중 백운평, 천수평, 맹개골, 만기구 전투는 북로군정서 단독으로 승리했고, 어랑촌과 천보산 전투는 홍범도 부대와 연합해 승리를 이끌었다. 이 시기의 전투를 청산리대첩이라고 부른다. 당시 일본군은 연대장을 포함해 1200여명이 죽었다.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던 서일이 직접 임시정부에 청산리대첩을 보고했다.

청산리대첩에서 독립군이 승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잘 훈련된 전투력이 우선 꼽힌다. 특히 대한군정서의 교성대는 사관연성소 제1기 졸업생들로 이뤄진 정예독립군이었다. 또하나는 잘 구비된 무기였다. 당시 대한군정서는 독립군 부대들 중에서 무장이 잘된 부대였다. 대한군정서의 치밀한 경신조직도 빼놓을 수 없다. 대종교 네트워크를 통한 통신과 경사의 원활한 협력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군교일치(軍敎一致)를 지향했던 대한군정서의 정신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대한군정서 총재 서일은 군영 안에 대종교 동도본사를 병설했다. 독립군의 의기와 대종교의 상무정신을 하나로 엮은 군교일치의 실천이었다. 서일이 청산리대첩 직후 임시정부에 보고한 승전의 이유 첫 항목에 '독립에 대한 군인정신'을 꼽았던 것도 그 이유다.

대한군정서의 연성대장 이범석은 "청산리독립전쟁의 승리는 대종교라는 신앙의 힘과 민족정신에 불타는 신념의 결과"라며 "독립군들이 대종교 중심으로 뭉쳐 파벌이나 사리잡념이 없이 광명정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주 동포의 상당수는 대종교인들이었고, 대종교의 확장이 곧 독립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대한군정서의 정신적 기둥인 백포 서일의 상징성은 남달랐다. 그는 역학과 현대학문에 통달한 문인이자, 천문과 인시까지 꿰뚫은 무인이었다. 서일의 당호가 삼혜당(三兮堂)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역시 스승 나철의 당호인 일지당(一之堂)의 뜻을 계승해 완성하겠다는 의지였다. 즉 대종교의 교리 분삼합일 회삼귀일(分三合一 會三歸一)의 철학적 의미를 계산한 명명(命名)이었다. 그의 군교일치가 나철의 국망도존(國亡道存)의 정신적 구현임을 드러내 준다.

아쉽게도 서일 총재는 1921년 8월 27일 세상을 등졌다. 당시 나이 41세였다. 청산리전투 이듬해 그는 마적의 습격으로 부하들을 대부분 잃었다. 이런 상황을 목도한 서일 총재는 "조국광복을 위해 생사를 함께 하기로 맹세한 동지들을 모두 잃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살아서 조국과 동포를 대하리오. 차라리 이 목숨을 버려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리라"라는 유서를 남기고 대종교 수양법의 하나인 조식법(調息法)으로 자결했다.

서일 총재의 유해는 청산리가 멀리보이는 작은 구릉우에 대종교 제1대와 제2대 교주들인 나철, 김교헌과 함께 묻혀있다. 대종교에서는 이를 '삼종사 묘소'라고 부른다.

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서일 총재의 장남 서윤재와 사위 최관 선생도 항일독립운동의 공로로 건국훈장을 추서받았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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