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나무심기...생물다양성 회복에 오히려 독?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4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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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자라는 단일종 심다보니 환경 훼손돼
조림되기전 숲을 복원시키는 '재야생화' 필요

뉴스;트리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언론인 협력체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CCNOW) 대한민국 2호 미디어 파트너로 등록된 언론사입니다. CCNOW는 미국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와 더네이션이 주도해 결성한 단체로, 가디언과 블룸버그 등 전세계 578개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서 공유하고 있는 뉴스와 정보를 아래와 같이 번역해 게재합니다.


생태계를 회복시키려면 단순한 나무심기를 넘어 재야생화(rewilding)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란후이 왕(Lanhui Wang) 스웨덴 룬드대학 박사는 재야생화가 생태계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초원 및 숲, 늪, 습지, 정글 등으로 재야생화가 이뤄져야 환경의 회복력과 지속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으면 탄소흡수 및 사막화 방지, 도시오염 개선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하고 있는 나무심기 캠페인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나무만 심어대면 정작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로 생물다양성을 촉진하는 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나무를 우선시하는 데다, 땅을 손대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이다.

나무심기에는 '조림'과 '재조림(재야생화)'이 있다. 조림은 원래 없던 곳에 나무를 심는 행위이고, 조림은 예전의 숲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야생화는 땅을 경작되지 않은 상태로 복원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르며 이점도 같지 않다.

문제는 일부 조림계획이 생물다양성에 이득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해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는 점이다.

영국 아일랜드만 해도 산림 면적을 늘리겠다고 북미산 외래종인 시트카 스프루스를 심다가 잿빛개구리매, 마도요 등 아일랜드의 멸종위기 새들과 토종식물들을 희생시켰다. 저렴하고 심기 쉬우며 탄소흡수력이 뛰어난 나무가 생물다양성에는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왕 박사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같은 상황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단일종 나무만 심으면 "생물다양성이 부족해지고 환경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기껏 심은 숲도 목재 생산 때문에 도로 파괴되기도 한다. 탄소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다면 적어도 대기 중 탄소가 지속되는 시간인 100년동안 숲이 지속돼야 한다.

고작 몇 년간 숲을 유지한 뒤 베어버리면 그 숲은 당연히 더이상 탄소저장고가 될 수 없고, 결국 그린워싱으로 전락한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공생보다 빠른 탄소포집을 선택하는 일은 말 그대로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는 셈이다.

따라서 왕 박사는 재조림, 즉 재야생화가 탄소를 흡수하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숲을 복원하면 멸종 및 생물다양성 손실을 방지할 수 있고, 생태계가 다양할수록 기후변화 및 산불, 기상이변과 같은 위험을 견딜 가능성이 더 높아져 회복탄력성이 강해진다.

한때 그 생태계에 살았던 동물을 들여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1995년에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회색늑대를 다시 들여오자 전체 생태계가 더 나아진 사례가 있었다. 중요한 점은 같은 종의 나무를 줄줄이 심는다고 해서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2021년 UN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거의 10억헥타르에 달하는 황폐화된 땅을 총체적으로 재야생화해야 한다. 이는 중국과 맞먹는 크기다.

일반 대중에게 재야생화는 조림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재야생화는 토착종을 되돌리고 습지, 늪, 초원, 정글 등 지형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왕 박사는 농지를 재야생화해야 하며 고기 생산·소비량을 줄이면 그만큼 많은 땅을 재야생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인류는 식량을 만들기 위해 많은 땅을 사용한다. 지구상 거주가능한 토지의 46%가 농업에 쓰이며 도시, 도로, 마을 등 정착지는 고작 1%에 불과하다. 그리고 농지 가운데 축산업 및 낙농업, 사료작물 재배에 쓰이는 토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농지의 3/4 이상이 동물성 식품 생산에 사용된다.

축산업이 지구에 미치는 타격을 고려할 때 이러한 농지를 많이 재야생화할수록 환경에 더 큰 이점을 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모든 육류 제품이 식물성 대안으로 대체될 경우 농경지의 무려 75%가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농지는 과거 자연림이었거나 자연림이 형성된 지역에 위치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예 새 숲을 심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저렴하고 편리해 주요 재야생화 대상이 된다.

식량 생산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토지 집약도가 증가하고 경작이 중단되는 토지가 늘면서 농부들은 점점 더 많은 토지를 포기하고 있다. 가령 유럽연합(EU)에서는 이번 10년 안에 약 2천만 헥타르의 땅이 버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프랑스보다 더 큰 면적이다.

동시에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는 육류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독일의 소비량은 지난 10년 동안 12% 이상 감소했으며 네덜란드와 영국과 같은 다른 국가에서도 그 비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EU에서 육류 소비는 향후 10년간 거의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 박사는 기후행동에 있어 이러한 식습관 변화를 통해 토지를 확보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며, 재야생화는 그 다음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 이 내용은 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센티언트 미디어(Sentient Media)에 Björn Ólafsson 기자가 게재한 기사입니다. This article by Björn Ólafsson from The Sentient Media is published here as part of the global journalism collaboration Covering Climat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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