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단상] 새장이 새를 찾고 있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4-02-06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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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버드(bird) 본능이 있다. 새장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은 충동, 저항할 수 없는 자연적 본성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장과 숲 사이, 닫힌 공간과 펼쳐진 공간 사이에서 갈등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은 버드의 이야기다. 소설 속 주인공인 버드는 길거리를 배회한다. 아내가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그는 아기의 출생으로 상실하게 될 자유를 예감한다.

"일단 아내가 출산하고 내가 가족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면 – 사실 결혼한 후, 나는 그 감옥 안에 있는 것이지만 아직 감옥의 뚜껑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게임장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가 주먹 펀치를 날리는 게임을 한다. 그리고 한적한 곳에서 용자수 점퍼를 입은 젊은이들에게 포위되어 두들겨 맞다가 마침내 필사의 투쟁으로 벗어나기도 한다. 버드의 펀치가 불량배들을 압도했다.

[1]안타깝게도 아내가 출산한 아기는 뇌 헤르니아 신생아였다. 산부인과 의사는 버드에게 '이 아기를 위해서도 당신들 부부를 위해서도 이 애는 빨리 죽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이런 경우는 빨리 죽을수록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만일 살아나더라도 식물 존재가 된다는 끔찍한 말도 듣게 된다. 버드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아기를 보고 전장에서 부상당한 아폴리네르를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병원을 벗어난 그는 여자친구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사를 벌인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분명히 이건 나 개인에게 한정된, 완전히 개인적인 체험이야. … 개인적인 체험 중에도 혼자서 그 체험의 동굴을 자꾸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체험이 있지? … 그런데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고역이란 놈은 다른 어떤 인간 세계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竪穴, 수직 동굴)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가는 것에 불과해. 같은 암흑 속 동굴에서 고통스레 땀을 흘리지만 나의 체험으로부터는 인간적인 의미의 단 한 조각도 만들어지지 않지."

[2]버드의 꿈은 아프리카 여행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아프리카 지도를 구입하고, 온갖 여행 정보를 알아본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막 태어난 아기는 이 꿈의 날개를 접게 하고 있다. 버드는 온갖 일탈적인 성적 상상에 빠지곤 한다. 소설은 언뜻 버드의 가학적 취향, 오줌 누기, 마조히스틱한 상상력을 묘사하고, 그는 '살육하고 시간하라'라는 음성을 듣기도 한다. 소설은 게이 바를 운영하는 기쿠히코를 중요 인물로 등장시키기도 하고 '동생 또래 녀석들이 호의를 느낄 타입'이라는 표현으로 버드의 섹슈얼리티 지향을 암시하기도 한다. 버드는 일탈을 꿈꾸고, 그의 상상의 날개는 사회적 금기라는 새장을 벗어나 아프리카 초원을 향한다. 새장은 열려 있으나 날개를 펼 수 없다. 반면 싱글로 지내며 프리섹스를 즐기며 밤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히미코의 스타일은 하늘을 나는 새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소설 혹 화자는 버드의 수치감과 구토를 자주 언급한다. 버드는 끊임없이 수치심을 느끼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수치감을 느끼고, 의사와의 대화중에도 얼굴을 붉힌다. 성행위를 하는 중에도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며 자신을 '수치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알몸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느낀다. 숙취로 인해 구토를 느끼고 격렬한 토악질을 할 뿐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아기의 존재 자체에 관련된 무서운 구토'를 느낀다. 사르트르의 소설에서 로카텡이 느끼는 구토가 사뭇 다른 방식으로 버드에게 재현된다. 자신에 대한 수치감과 혐오감이 더해져서.

[3]버드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기 아기가 죽기를 바랬다. 그는 아기의 자연스런 소멸을 은밀히 처리해주는 다른 산부인과 병원을 선택해 이동하다가 교통사고를 경함한다. 갑자기 그는 아기의 소멸 계획을 철회한다.

"나는 도망쳐 다니며 책임을 회피하는 남자가 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만약 내가 지금 아기를 구해내기 전에 사고로 죽는다면 지금까지 27년의 내 삶은 말짱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린다고 버드는 생각했다. 일찍이 맛본 적 없는 끔찍한 공포감이 버드를 사로잡았다."

그의 유아 살해 계획을 멈추게 한 것은 어떤 윤리적 선택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그의 간접적인 죽음 체험이었다. 사건이 생각을 뒤흔들었고, 신체가 변화를 일으켰으며, 공포감이 깊은 성찰을 이겼다. 마침내 버드는 아기를 책임지기로 선택한다. 감옥의 뚜껑은 열려 있고, 새장의 문 역시 열려있다. 그는 그 아이와 함께 그 속에서 살아가기로 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뇌 헤르니아 신생아'의 출생을 둘러싼 소설 서사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소설 속에 여러 단서들이 있지만 버드 캐릭터를 통해 그 사회가 생산해 내는 인간 군상을 드러내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가 실제로 장애인 아들의 부모로서 살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뇌헤르니아 신생아는 단지 문학적 은유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소설 서사보다 더 리얼한 삶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의 개인적 체험에서 우리 독자들은 인간적인 의미의 어떤 조각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4]버드는 작고 못생겼으며 취업에 실패해 학원 강사로 일하는 남자다. 소설 외부의 맥락을 고려하면 그는 전후 고도성장을 이뤄가는 일본 사회의 변방에 머무는 루저 주체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주를 시도하는 아웃사이더다. 가족 구도 속에서 속박을 느끼는 남성 주체이기도 하다. 뇌 헤르니아 신생아는 버드의 복제이기도 하지만 버드 자신의 삶에 대한 묘사로 보이기도 한다;버려짐, 살 가치 없음, 무기력함, 차라리 죽는 것이 좋음. 버드 캐릭터는 일본의 한 젊은이만이 아니다. 버드는 도처에 있다. 새라는 실존과 세상이라는 구조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모두가 버드다. 카프카의 말이 떠오른다.

"새장이 마침내 새를 찾으러 나섰다."

새와 새장과 관련된 이상적인 서사는 '새가 새장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간다'다. 카프카는 거꾸로 말한다. 새장이 새를 찾으러 나서다니? 묘한 비의가 담긴 듯하다. 이는 우리들의 실존을 말하는 것이리라. 카프카 자신의 실존, 오늘날 인간들의 실존 말이다. 새장의 엄습을 받고 있는. 벗어나고자 아무리 날개 쳐도 더는 벗어날 수 없는. 그렇다. 새장이 새를 찾고 있다. 우리가 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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