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8년 신재생·원전으로 '무탄소 전기' 70%...기후단체 "거꾸로 가는 정부" 비판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31 16:27:01
  • -
  • +
  • 인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발표
재생에너지 비중 그대로, 원전은 신규건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38년까지 '무탄소 전기' 비중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태양광·풍력을 2030년까지 3배 확충하는 것 외에 신규 원전을 최대 3기까지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마련됐다. 이 계획에는 2035년부터 발전설비 중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도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90여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11차 전기본 실무안(2024∼2038년 적용)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년 주기로 향후 15년간 적용될 전기본을 수립한다.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발전 설비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2038년 '무탄소 전기' 70%까지···원전과 LNG 확충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129.3기가와트(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본 총괄위는 적정 예비율인 22%를 적용, 2038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발전 설비 용량을 157.8GW로 산출했다.

10차 전기본을 통해 2038년까지 설치가 확정된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47.2GW로 추산됐다. 이 계획대로 하면 2038년까지 10.6GW가 부족하게 된다. 이에 실무위는 2030년까지 65.8GW로 제시된 태양광·풍력 설비보급 목표를 72GW로 높여잡았다. 또 10차 전기본은 2036년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99.8GW로 제시했지만, 11차 실무안은 2038년 목표를 115.5GW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은 23GW다. 적어도 중간 시점인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3배 이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는 게 실무위의 진단이다. 1GW는 일반적인 원전 1기의 설비용량 수준이다.

실무안에는 2015년 이후 9년만에 원전 건설계획도 들어가 있다. 현재 원전은 26기가 운영중이며, 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건설까지 완료되면 2038년에는 총 30기가 가동된다. 여기에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 10.6GW 가운데 4.4GW를 원전을 새로 건설해 충당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전문가들 판단으로 가장 경제적인 무탄소 전원인 대형 원전을 2037∼2038년에 넣을 것을 (전기본 총괄위가) 권고한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가능한 신규 원전이 3기까지라는 것이고, 부지를 몇 군데 확보하느냐에 따라 건설 기수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차 실무안에는 2037∼2038년에 설계수명이 30년에 이르는 노후 석탄발전소 12기를 양수·수소발전 등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2038까지 부족한 전기 가운데 2.5GW는 LNG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LNG 열병합 발전사업자는 입찰로 선정하고, 우선 올해 2032년 가동될 1.1GW 물량의 시범 입찰을 진행한다. 1.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2033∼2034년도는 수소 혼소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LNG 열병합 발전기나 100% 수소 이용 등 무탄소 발전설비를 활용하는 것으로 하되, 최종 결정은 다음 전기본에서 정하도록 했다.

2.2GW의 신규 발전 설비가 들어갈 2035∼2036년에는 '차세대 미니 원전'인 SMR에 0.7GW 물량을 배정했다. 현재 정부의 지원 아래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해 혁신형 국산 SMR인 'i-SMR'이 개발되고 있다. 마지막 2년인 2037∼2038년에는 4.4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본 총괄위는 에너지 구성비와 경제성 등을 고려해 일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31.8%, 21.6%를 기록하고, 2038년 35.6%, 32.9%로 높아진다. 또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도 2030년 2.4%에서 2038년 5.5%로 확대된다.

전기본 총괄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향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기후·환경단체들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아니다"

하지만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21.6% 그대로인 것에 대해 "한국은 2030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면서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유사한 멕시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3%로 높이기로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72GW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연구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에 110~199G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라면서 "2030년 72GW는 그 어떤 연구기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부합하지 않는 적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후솔루션은 "LNG에 수소 등을 섞어 발전하는 방식은 화석발전 생명유지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고 고착시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어렵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도 이날 "상용화되지 않은 수소 혼소발전을 전력수요 대응 방안으로 내세우며 조건부 LNG 발전소 건설을 제시하는 것은 발전사업자에게 LNG 발전을 늘리라고 명분을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계획에 대해 "국제기구들은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 핵심수단으로 본다"라면서 "핵발전은 재생에너지와 묶일 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고 위험한 발전원'으로 화석연료 발전과 묶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COP30] 하루 늦게 나온 '합의문'...화석연료 빠진 '반쪽짜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