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도 기온 내려가는 美 남동부...그 이유 밝혀졌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9 15:35:58
  • -
  • +
  • 인쇄
'온난화 구멍' 원인은 대규모 조성된 재조림 덕분
나무의 증산작용으로 인해 주변지역 '냉각 효과'

미국 동남부가 서부보다 평균기온이 낮은 이유가 광범위하게 조성된 산림의 증산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계는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동부가 서부보다 기온이 더 낮은 현상을 '온난화 구멍'이라고 부르며 난제로 여겼는데, 이번에 그 원인을 밝힌 것이다.

최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Indiana University)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난화에도 미국 남동부 지역의 기온은 크게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1~2℃ 내려가는 이유가 미국 동남부에 1500만헥타르(hr) 규모로 조성된 숲에 의한 냉각효과 때문으로 확인됐다.

미 동남부 지역은 건국초기 이민자들이 농업과 거주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산림을 벌목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훼손됐다. 이에 미국 정부 주도하에 1920년대부터 재조림 사업이 진행됐고, 이후 한 세기동안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현재와 같은 대규모 산림으로 복원됐다. 이 산림의 규모는 영국보다 더 넓은 국토를 모두 덮고도 남을만큼 광활하다.

연구의 주 저자인 말로리 반스(Mallory Barnes) 인디애나대학교 환경학과 교수는 "재조림의 영향은 놀라웠다"면서 "나무들이 주변기온을 낮추면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온난화 구멍은 미스터리여서 이번 연구에서 모든 것을 증명하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지역의 온도가 억제된 이유가 산림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온도가 억제된 것은 산림의 작용 외에도 햇빛을 차단하는 대기중 오염물질과 농업관개도 잠재적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재조림된 숲만 '온난화 구멍' 현상을 유발시킨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이 숲은 증산작용으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산 작용은 뿌리를 통해 잎으로 물을 끌어올린 다음, 잎을 통해 공기중으로 수증기를 방출하는 과정으로 말한다. 이 때문에 나무 주변의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

연구팀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동부 전역에 위치한 인공위성과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조림 지역은 대규모 냉각효과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나무에서 400m 이내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조림 숲은 미국 동부를 매년 1℃~2℃ 냉각시키고 있다. 냉각 효과는 여름철 가장 더운 날에 가장 강해, 해당 기간에는 최대 5℃까지 기온을 낮추고 있다.

이에 반스 교수는 "도심 인근의 산림을 복원해야 한다"며 "그늘진 나무가 부족해 기온이 특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무는 사람의 땀과 비슷한 증산작용을 통해 지표면 온도에 매우 유익한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많은 열을 식혀주었다"며 "앞으로 우리는 나무심기를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냉각효과도 고려해서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패트릭 곤잘레스(Patrick Gonzalez) 캘리포니아주립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산림생태학 교수는 "이 연구는 나무가 대기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한 것"이라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석탄과 석유 등 탄소 오염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자들은 "재조림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스 교수 역시 "나무 몇 그루 심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라며 "화석연료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먼저이고, 그에 더해 재조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 美에 1.4조 韓에 4조원 투자..."4Q 실적 턴어라운드"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셀트리온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리스크를 털어내고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A+등급' 20곳...올해도 S등급 'O'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와 현대백화점, 현대로템 등 20개 기업이 한국ESG기준원에서 주관하는 '2025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

CJ제일제당 '빨대없는 스토어' 캠페인...대체소재로 PHA 제안

CJ제일제당이 자원순환사회연대(NGO), CJ푸드빌과 함께 일회용 석유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빨대없는 스토어 만들기(Be Straw Free)' 캠페인을

호텔신라, 친환경 운영체계 구축 나선다

호텔신라의 모든 호텔 브랜드가 친환경 호텔로 도약한다.호텔신라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인 '환경교육재단(FEE; 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과 업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전북도, 다회용기 민간사업자 모집

전북특별자치도가 '2026 다회용기 사용 촉진 지원사업'을 수행할 민간 사업자를 오는 12월 24일까지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이는 자원 순환을 목표로 도

기후/환경

+

[COP30] AI는 기후위기 해결사? 새로운 위협?

인공지능(AI) 기술이 기후대응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막대한 전기수요를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18일(현

섬에서 새로 발견된 미기록 곤충 55.5% '열대·아열대성'

국내 섬 지역에서 발견된 미기록종 곤충 가운데 약 절반이 열대·아열대성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농촌 기후대응 직불금' 도입되나...기후보험 대상 확대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을 재배하기 적합한 지역이 바뀌는 경우나 기후변화 대응 품종을 도입할 때 직불금을 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정부는 19

韓 기후대응지수 63위로 또 '꼴찌' 수준...잃어버린 3년의 결과?

우리나라의 기후대응 지수가 전세계 63위를 기록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 '꼴찌' 수준을 기록했다.18일(현지시간) 공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Climate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A+등급' 20곳...올해도 S등급 'O'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와 현대백화점, 현대로템 등 20개 기업이 한국ESG기준원에서 주관하는 '2025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

[COP30] '합의문' 초안 나왔다...탈탄소 격차해소·기후재원 마련 '관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합의문 초안이 공개됐다.18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G1과 AP·로이터통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